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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재즈, 그 영적인 아우라 _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 일시 : 2010. 12. 29 (금) 14:00~17:00 (사진...

by 김기자  /  on Mar 14, 2011 15:56

 치유의 재즈, 그 영적인 아우라

_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 일시 : 2010. 12. 29 (금) 14:00~17:00 (사진촬영 포함)    * 인터뷰 장소 : 상상공장

* 사진 촬영 장소 : 홍대 cafe homeo   * 사진 촬영 : 40분   *사진: 박창현

* 인터뷰: 2시간   *녹취 타이핑 & 정리: 박재윤

*인터뷰 & 에디터: 김기자   *인터뷰 참가자: 송영주, 김기자, 박재윤

 

 

  신의 은총을 받고 태아난 아이가 있었다. 날 때부터 믿음을 갖고 나온 아이는 음악으로 신의 뜻을 전하는 소명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자연스럽게 피아노와 사랑에 빠지게 된 아이는 종이 건반을 두드리며 밤을 세우는 날들을 보낸다.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은 사실 신의 또 다른 모습이기에 하루하루 신에게 다가가는 날이 계속됐다. 아이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영성은 커져갔다. 어느 새 소녀가 된 아이는 낡은 피아노를 보며 생각한다. '세상에서 말하는 음악가가 될 수 있을까? 그것이 나의 길일까?'

 

아이가 기도를 준비하기도 전에 신은 가장 낮은 곳에 임해 미소 짓는다. '네 뜻이 곧 내 뜻이다.'

 

  음악을 향한 아이의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자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신에 대한 아이의 확신과 감사는 견고한 반석 같았고 아이는 음악가가 되었다. 아름다운 음악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표시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찾게 되었다. 매번 자신의 극한까지 열심히 달려가 그 한계를 신과 함께 뛰어 넘던 아이는 점점 더 눈부신 음악을 만들어 냈다. 여기 저기서 아이의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환영을 보거나 치유를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진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이는 어느덧 자신의 소명이 되었다.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내게 너무나 특별한 이름이다. 그녀의 음악을 통해 종교가 없음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름다운 환영과 치유, 신의 메세지를 모두 경험하게 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4번의 기적을 넘어 나는 다시 일상에 존재하고 있다. 더함도 덜함도 없이 그녀와의 인터뷰를 증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녀의 음악에 신이 깃들어 있다면 아마도 나는 음악을 비추는 가장 투명한 프리즘이지 않을까.   

  

따스한 햇살이 비쳐오는 창가, 피아노 앞에 홀로 앉은 아이. 멀리서 들려오는 천진한 웃음소리에 건반 위의 손가락들이 춤을 추면, 오늘도 신을 위한 노래가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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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음악대학 재즈 석사
버클리 음악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피아노 학사

 

2005.06.16 ㅣ 1집 [Turning Point] 발매
2006.07.13 ㅣ CCM 앨범 [Jazz meets hymns] 발매
2006.09.21 ㅣ 2집 [Journey] 발매
2007.11.13 ㅣ 3집 [Free To Fly] 발매
2007.12.06 ㅣ 캐롤 앨범 [Jazz Meets Christmas]
2009.05.14 ㅣ 4집 [Love Never Fails] 발매

2010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재즈음반) 선정
2010.07.20 ㅣ CCM 앨범 [Jazz Meets Hymns 2] 발매

  

경력

- 뉴욕의 카네기홀, 보스톤, 워싱톤, 내슈빌 등 연주활동
- 비의 월드투어 라이브를 비롯해 동방신기, 보아, 슈퍼주니어, 박효신, 김범수, 성시경, 신승훈, 김건모, 김현철, 윤상 세션

- 천안대 교수, 서울대, 동덕여대에 출강하며 후진 양성 중 도미하여 현재 뉴욕에서 수학 중

 

개인홈_ http://www.cyworld.com/jujusong

 

 

 

#01. 음악의 시작과 종교

 

 

1. 처음에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 텐데요. 악기를 시작하고 음악을 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사실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데,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냐’라는 질문에는 종교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제가 유치원 때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나도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부터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 했는데 그렇게 시작한 피아노가 직업이 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죠.

 

 

- 어렸을 때인데, 바로 교회에서 반주를 하셨나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제대로 했던 건 아니고요. 예를 들면 멜로디에 따라 왼손 반주도 바뀌어야 하는데 왼손은 첨부터 끝까지 그대로 치면서 반주를 했던 기억도 있어요. 하지만 그 이후 적응을 빨리해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는 대예배 반주도 하기 시작했어요. 찬송가 사성부(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네 성부)도 처음에는 칠 수가 없었는데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나요.

 

 

- 피아노를 당시에 얼마나 연습하신 거에요?

 

어릴 때 집에 피아노가 없었어요. 어머니가 도화지에 피아노를 그려주셨는데, 펜으로 그려서 간격이 일정하지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진짜 피아노를 치면 간격이 안 맞아서 자꾸 틀리는 거죠.(웃음) 그렇게 어렵게 연습을 했어요.

 

 

 

2. 초등학교 이후에는 어떻게 음악을 하셨어요? 

 

아버님이 목사님이셔서 이사를 자주 했기 때문에 계속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니다 말다 했어요. 초등학교 때만 전학을 4번 정도 해서 환경적으로 안정된 상황은 아니였기 때문에 조금 힘들었죠.

 

교회 음악이 좋았던 건 클래식처럼 악보를 보며 치는거라기 보다는 코드 변주, 즉 멜로디가 있는 상태에서 코드를 보고 제가 하고 싶은 스타일로 치는 것이 즐거웠어요. 

 

 

- 교회에서 반주를 하고 싶어서 피아노를 배웠고, 교회 반주는 클래식과는 달리 연주가 자유로워서 좋아하신 거군요. 그럼 코드에 대한 개념은 어디서 배우셨나요? 클래식에선 코드에 대한 개념이 없잖아요.  

 

교회 반주자 선생님이 코드 반주 하는걸 봤던게 도움 된 것 같아요. 제가 중학생 때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기타를 치거나 찬양 하는걸 신기해서 매일 보러 갔었거든요.(웃음) 그렇게 어깨 너머로 듣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도미솔’을 치다가 ‘시’를 함께 치게되면 소리가 ‘좋다’고 느껴지면서 CM7(C 메이저 7코드) 라고 적혀있는 코드에 대한 개념을 치면서 스스로 깨우치게 됐던 것 같아요. 

 

 

- 당시에는 음악이론인 화성학은 모르셨겠네요?

 

네. 화성학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입시준비는 피아노과니까 피아노만 쳤고 이론적인건 잘 몰랐죠. 어떻게 보면 대학교 들어가서 선교단에서 반주하면서 코드를 훨씬 더 많이 익히게 된 것 같아요. ‘재즈 화성학’, ‘편곡법’ 같은 책도 보면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이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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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월 7일 에반스에서 있었던 '송영주 트리오' 공연 모습

 

 

3. 음악을 진지하게 진로로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사실 달리기가 좋아서 체대를 가고 싶었어요.(웃음) 초중고 때 계속 학교 대표 육상선수로 출전해서 트로피도 받고, 별명도 ‘달려라 하니’였거든요. 음악을 좋아했지만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교수님들의 개인 레슨과 예원,예고 같은 과정을 겪지 않고는 음대를 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피아노를 배우는 목적이 교회에서 반주를 하는 것이였기 때문에, 그 이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정말 심각하게 ‘내가 뭘 하고 싶은가, 대학을 어떤 과로 진학할 것인가’ 고민을 했어요.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음악을 정말로 좋아했지만 상황적으로 불가능 할 것 이라는 생각 때문에 진로로는 포기하고 있었던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정식으로 개인레슨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때 시작해서 피아노과에 들어간 것 자체가 기적같이 느껴져요.

 

 

- 재즈가 아닌 클래식 전공으로 대학을 진학하셨는데요.

 

클래식이 아닌 다른 음악에 대해 궁금함은 있었지만 집안 상황도 그렇고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때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_미국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의 음악을 들었는데 당시 저에겐 새로운 스타일이라 다른 화성(harmony_ 둘 이상의 음이 동시에 울리면서 생기는 화음의 연결) 진행들이 나름 충격이었어요. 너무 아름답게 느껴져서 당시에 엄청 반복해서 들었어요.   

 

클래식을 배운다는 것은 사실 기본적인 악보 보는 법이나 테크닉 같은 것들을 익히는 거잖아요. 그 때는 클래식 밖에 몰랐기 때문에 내가 배우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다른 음악이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학교도 당연히 클래식 음대 밖에 몰랐고요. 대학교 1학년 때 CCM(기독교 음악)쪽 가수나 선교 단체에서 반주를 하면서 ‘내가 이쪽에 재능이 있구나’라고 깨달았어요.

 

 

4. 음악 대학교 피아노과에 들어가서 음악 활동은 어떠셨어요?

 

대학교 때는 ‘주찬양 선교단’을 들어갔는데, 그곳이 당시 최고의 선교단체였기 때문에 학교는 좀 소홀했고 외부 활동을 많이 했어요. 당시 개인레슨을 해주시던 선생님이 저한테 ‘음악 안 듣지’라며 많이 혼내셨어요.(웃음) 예를 들면 쇼팽을 팝송을 치듯 연주했거든요. 제가 클래식 공부를 어릴 때부터 한 게 아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입시를 준비하면서 시작한거라 관심도 코드 반주하는 쪽에 더 있었고 음악에 대한 해석도 대중적인 코드가 더 있었던 것 같아요.  

 

 

- '팝 적인 해석'이라는 것이 CCM의 영향이 컸나요? 

 

좀 그런 것 같아요. 대학교 입학 후 외국 CCM을 많이 들었거든요. 외국 CCM은 굉장히 종류가 다양해요. 블랙 가스펠(Black Gospel_ 흑인들의 찬송가) 같은 화성적인 것도 있고 알앤비(R&B)도 있고, 팝 적인 컨츄리 스타일(Country style)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매일 같이 들었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재즈 또한 CCM 중에서 찬송가를 재즈풍으로 편곡한 음반을 듣고 접하게 된 거였어요. 정통재즈는 아니였지만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였거든요. 대학교 초반에 세션으로 스튜디오 활동을 많이 했었는데, 정해진 코드로 반주만 하다가 접한 재즈는 굉장히 자유롭고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이런 게 재즈라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거죠. 그래서 세션을 하면서 열심히 돈을 모았어요.

 

제가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란 게 아니라서 저는 음악을 하는게 아직도 너무 신기하게 느껴져요.(웃음) 세상에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아주 많잖아요. 그렇게 음악을 많이 듣지 않은게 뮤지션으로써는 아쉽죠. 

 

 

5. 많은 음악을 듣고 흡수해서 좋은 음악을 만들 수도 있지만, 많은 음악을 듣는다고 꼭 뛰어난 음악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인풋의 종류가 음악을 듣는 것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 거죠.

 

네. 제가 경험한 것들이 제 음악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시절 클래식 공부를 한 것이 지금의 음악에 어느 정도 드러나니까요. 또 본격적으로 재즈 공부를 하러 뉴욕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CCM에서 메인 피아니스트로써 아주 활발히 활동을 했던 것도 음악적으로 큰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왠만한 CCM음반을 사면 피아노는 무조건 송영주였거든요. 

 

 

- 그렇게까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당시 CCM에서 아주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최덕신 단장님께서 저를 추천해 ‘주찬양 선교단’이라는 팀에 들어가게 됐는데 저를 감각 있다고 생각하셨던가 봐요. 이후에도 많은 CCM 앨범에 피아노 연주와 녹음을 맡기셨어요. 저는 준비가 된 상태가 아니었고 겁도 많이 났는데요.(웃음) 현장에서 배우면서 시작한 케이스에요.

 

특히 스튜디오 녹음은 ‘메트로놈(metronome_ 악곡의 박절을 측정하거나 템포를 나타내는 기구)’을 듣고 정확한 비트에 맞게 연주해야하거든요. 그때 죽어라고 연습을 했어요. 또 피아노, 드럼, 베이스, 보컬 등 여러가지 파트가 들어가는 거라서 간결하게 치는 것도 중요했죠. 솔로 연주가 아니니까 너무 화려하게 쳐도 안되거든요. 그 때 주위 분들이 저를 너그럽게 봐주시고, 기다려주셨기 때문에 제가 연마하면서 배울 수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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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주 CCM 앨범

[Jazz Meets Hymns]

2006-07-13

 

 

6. 아버님이 목사님이시고 모태신앙이라 들었지만, 어느 순간 믿음이 신실해졌던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님이 설교를 복음위주로 하셨는데 그것이 제겐 행운이였던 것 같아요. 8살 때 그 어린 나이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기도하면서 울었어요. 부모님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에 가서도 제 안의 신앙적인 부분이 저만의 하느님을 만나면서 깨닫는 과정이 있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계기가 아니라 어릴 적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제 곁에 신앙이 있었다고 표현하면 될까요? 

 

 제 삶 전체를 뒤돌아 봤을 때도 제가 잘나서 이렇게 살아왔다기 보단, 하느님의 은혜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 당연하게 곁에 신앙이 있다는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주세요.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을 보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는 말이 있어요. 제게는 이 말이 그대로 다가 오는 거에요. 예수님이 저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것이 이론적인 게 아니라 제 안에서 완전히 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깨달아 지는 거죠.

 

이해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삶의 큰 방황속에 있던 사람이 예수님을 믿고 그 다음날부터 새로운 삶을 사는 경우를 보면 부러울 때도 있어요. ‘나는 왜 저런 뜨거움이 없지? 나는 왜 평생 이렇게 자라왔지? 오히려 내가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 라는 생각이 들만큼 마치 공기같이 당연하게 그런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총체적으로는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죠. 그리고 분명히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계속 기도를 해줬기 때문에 제가 평온한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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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한계를 넘어 재즈를 향하다

 

7. 유학은 언제부터 생각하셨어요? 

 

대학교 초년 때 재즈에 관심이 가기 시작할 무렵 주위에서 ‘그러면 유학 가서 재즈 공부해 봐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게는 음대를 간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었는데 유학이란 개념은 더 멀었죠. 대학교 1,2학년 때부터 스튜디오 녹음을 시작하며 세션으로 6, 7년간 바쁘게 활동하며 모은 돈으로 1년만 다녀오자는 생각이었는데 신기하게도 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미국에서 공부하게 되었어요. 저희 부모님들도 신기해하세요.(웃음)

 

 

- 활발한 세션활동을 중단하고 누리고 있던 걸 다 내려 놓고서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결정한 이유는 뭔가요? 

  

스튜디오 작업은 음반으로 녹음이 되어 사람들한테 전달되잖아요. 당시에는 누군가의 음반작업에 세션으로 피아노를 치는 거였는데 제 피아노 소리를 제가 못 듣겠더라고요. 너무 똑같았고 한계가 명백했어요. ‘무언가 더 없을까? 왜 내가 이 코드 에서는 저렇게 항상 똑같이 칠까? 더 잘 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이 있었죠. 일은 많이 들어왔지만 제 안에서는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90년대 초반에는 여기저기서 녹음할 때마다 피아노는 무조건 ‘송영주’ 하면서 찾았어요. 그때가 CCM 성수기라서 정말 유명한 분들과 많이 작업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즈가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 다양한 화성진행과 즉흥 연주를 들으면 가슴이 떨렸어요. 그때의 유학계획은 1~ 2년 이였어요. 벌어놓은 돈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그 정도였고 너무 외국에 오래 있으면 제가 활동하던 영역에서 잊혀질 것 같기도 했고요. 

 

제가 숙명여대를 1991년도에 입학해서 중간에 1년 휴학하고 1996년도에 졸업했어요. 1997년도에 미국에 가서 한 학기 언어연수를 하고, 1998년도 1학기에 버클리 음대로 입학한거에요. 이후 버클리를 졸업하고 맨하탄 음대에서 석사까지 땄죠. 정리해 보면 한국에서 7년 정도 세션 활동을 하고 유학을 가서 거기서도 7년 동안이나 있게 된 거네요.(웃음)

 

 

8. 문화적인 차이도 있었을 것이고, 독실한 크리스챤인데다 반듯한 스타일이신데 유학생활에 어떻게 적응하셨어요? 

  

처음엔 모든 게 다 충격이였죠. 저는 보통 한국 대학생들과도 다르게 교회-학교-선교단이 제 행동반경이었거든요. 집안 자체가 술마시는 사람도 없고, 술집에 가본 적도 없고, 그 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도 다 교회분들이고요. 그렇게 제한된 삶을 살다가 음악 공부하러 혼자 유학을 갔으니 언어적인 부분과 문화적인 부분 둘 다 힘들었죠. 

 

또 재즈의 역사나 환경에 대해 잘 모르고 갔기 때문에 재즈 연주를 하는 곳이 술을 파는 재즈 바라는 것도 충격이었고요.(웃음) 주변에 연주 공부하러 오신 분들은 생각이 굉장히 자유로운거에요. 저는 좀 보수적이고, 종교적으로 자라왔는데 처음으로 ‘세상은 넓고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구나’ 라는 걸 깨달았어요. 

 

뒤돌아보면 제가 상황에 빨리 적응했던 것 같고요. 원래도 과거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서요. 1~2년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재즈에 완전히 빠져 버렸어요. 처음에는 재즈가 어려웠지만 재즈의 매력에 빠져가면서 재즈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그 당시엔 음악밖에 없었어요.

  

 

- ‘재즈에 미쳤다’고 하셨는데 당시의 생활이 어땠나요?  

  

예를 들면 어떤 음악을 듣고 좋으면 당장 음반가게 달려가서 음반을 사서 계속 듣는 거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언급한 음반은 물론이고요. 매일 새벽까지 연습하고 연주하면서 그렇게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음악으로 점철된 생활을 했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잠들고 일어나자마자 음악을 틀고요. 

 

그 당시 학교를 같이 다녔던 분을 나중에 한국에서 만나게 됐는데 ‘영주야 너 그때 악보 들고 걸어가고 있는 걸 보면 뭐에 홀린 사람 같았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사실 그때 기억이 자세히는 안나요.(웃음) 아르바이트 하고, 학교 수업 듣고, 연습 새벽까지 하고 이런 식이었어요.

  

지금도 신기한 것이 유학을 가서 재즈를 시작한 건데 저도 느낄 만큼 한 학기가 지날 때 마다 연주가 발전되는 걸 느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냐고 물어보면 할 말은 없지만, 완전히 음악에 집중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들이 벌어진게 아닐까 싶어요. 

  

 

- 어떤 점에서 그렇게 재즈가 좋으셨어요?

  

대학교 첫 학기 때 누군가 저에게 재즈를 들려줬을 때는 ‘이게 왜 좋지?’라는 생각이었어요. 그전에 재지한 음악을 들었을 때와 정통 재즈를 접했을 때는 많이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마일즈 데일비스(Miles Davis_ 미국의 재즈 음악가. 트럼펫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의 트럼펫 소리가 왜 좋은지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듣다보니 나중에는 재즈를 들으면 너무 행복해서 한시라도 떨어질 수가 없는 거죠. 지하철을 타든 버스를 타든 음악을 들으면서 보는 풍경과 그 낌이 너무 좋은 거에요. 지금도 어떤 음악을 들으면 보스턴의 차가운 겨울이 느껴질 정도로 음악과 환경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9. 완전히 재즈에 빠지셨군요. 그런데 뉴욕에는 재즈를 비롯해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너무나 많죠. 비교할 수도 있고 좌절할 수도 있지만 제가 최고가 아닐 수 있는 거에요. 더 잘 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계속 음악을 할 수 있게 도와줬던 분들이 있었어요. 유학을 갔을 때도 교수님들이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대외적으로 저를 추천해주셔서 뽑혀서 상도 받고 하는 계기들이 있었어요. 상호아이 그렇게 되니까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만약에 음악을 하면서 최고로 잘 하는 걸 목적으로 삼았다면 벌써 좌절하고 음악을 포기했을 거에요. 저는 저에게 무언가 맡겨질 일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만의 색깔을 가지고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이 있을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 아르바이트는 어떤 걸 하셨어요?

  

처음에는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를 했는데 그러면서 인생을 배웠어요.(웃음) 한국에선 항상 레슨 선생님이거나 대우받는 음악 일만 하다가 처음으로 서비스업을 해 본 거죠. 바베큐 구워주고 주문 받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요. 기분이 약간 이상하더라고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식당에서 주문하고 먹는 그 과정에서 인간성이 다 드러난다는걸 알았어요. 많은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보니 좋은 인격과 나쁜 인격이 느껴지는 거죠. 식당같은 곳에서도 어떻게 행동을 해야 되는지 느꼈던 것 같아요. 

 

 

 

#03. 재즈에 대한 몇가지 궁금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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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재즈에서는 스탠다드(Standard_ 고전 곡)를 중요시 하고 그것을 재해석하는데 의미를 많이 두는 걸로 아는데요. (처음엔 '창작곡'에 의미를 그다지 두지 않는 분위기에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유럽의 재즈 신(Scene)은 자작곡으로 앨범을 내는 경향이 많고 뮤지션의 개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재즈 뮤지션들이 자작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자기의 음악을 하면 자기의 색깔이 강해지는 건 맞아요. 하지만 재즈 뮤지션은 스탠다드 곡들을 간과할 수는 없어요. 재즈에서는 스탠다드 곡의 비중이 굉장히 커요. 어떤 면에서는 자신만의 색깔로 스탠다드 곡들을 편곡해서 연주하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어요

 

키스 자렛(Keith jarrett)처럼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도 자기 음악을 하고 솔로 앨범을 냈지만 트리오(Trio)로써 스탠다드 곡을 주로 다루는 뮤지션이 있는가 하면, 자작곡 위주로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도 있고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자기 자작곡을 위주로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들도 재즈 스탠다드를 하지 않거나 못하면 약간 문제 있게 보는 시선이 있어요. 그만큼 재즈에서 스탠다드 곡들은 지켜가면서 연주를 해야 하는 중요한 음악이고, 재즈 스탠다드에서 재즈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음악 자체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아요. 중요하죠.

 

 

- 재즈 쪽은 녹음을 좀 빨리 끝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테이크 원(take one) 즉 첫번째 녹음한 음원이 앨범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어요. 이건 어떤 이유인가요? 

  

재즈라는 음악의 특성 때문이에요. 가요 세션의 경우는 보편적으로 악기마다 따로 스튜디오 녹음을 한 후 보컬을 마지막에 녹음하는 방식이고 그렇다보니 어떤 파트가 맘에 안들면 녹음을 여러번 하는 게 일반적이죠. 반면에 재즈는 연주자끼리 연주로 서로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음악이에요. 동시에 일어나는 즉흥연주에 의미가 크고 그래서 함께 녹음을 해요. 그런 상황에서는 같은 걸 여러 번 한다고 좋은 게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되려 첫 연주가 더 신선한 경우가 많아서 테이크 원이 쓰이는 경우가 많은 거에요. 

  

또 가요처럼 메트로놈을 들으면서 녹음을 하는게 아니라 연주자들이 같이 느끼면서 연주를 하니까 시작과 끝의 템포가 달라질 수도 있어요.   

 

 

16. 재즈에 있어서 '완성도'라는 건 어떤 부분의 영향이 큰가요? 

  

저는 각 파트의 악기를 가장 잘 치는 사람을 모아 놓는다고 가장 완성도 있는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서로 더 대화가 잘되는 사람이 있듯이 서로 잘 맞는 연주자가 분명히 있거든요. 서로 잘 맞춰주고, 대화가 잘 되는 연주자와 연주 할 때 더욱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좋은 인터플레이(interplay_ 연주자들이 상호 영향을 미치며 연주를 해나가는 것)가 나왔을 때 리스너 들도 공연을 더 좋게 느끼거든요. 그런 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제 앨범 녹음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저는 한국에서 주로 활동하는데, 녹음은 주로 뉴욕에서 하기 때문에 팀워크(Team work)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앨범을 위해 스튜디오 녹음 하는게 좀 힘들죠.(웃음) 오랫동안 함께 연주를 하지 않았거나 생전 처음보는 현지 연주자들과 하루 이틀만에 녹음을 끝내야 하니 아쉬움이 있어요. 

 

 

 

 

#04. 자작곡과 앨범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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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1집 [Turning Point] 

2005-06-16

 

 

-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하면 아름다운 자작곡, 중후한 터치, 그루브한 리듬감, 우아한 사운드까지 여러가지 찬사들이 있는데요. 특별하게 재즈임에도 자작곡이 아름다운 피아니스트로 유명하잖아요. 

  

글쎄요.(웃음) 제가 작곡한 곡들을 좋아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런데 제가 편안하게 쓴 곡을 대중들이 더 좋아하는 면은 있어요. 예를 들어 4집 [Love Never Fails]을 보면 조금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Breakthrough' 보다는 서정적인 ‘Amsterdam’이나 아름다운 발라드인 ‘Love Never Fails’ 를 더 선호하세요. 제가 곡을 일부러 듣기 좋게 쓰려고 하는 건 아닌데 제가 쓴 곡들 중 몇 곡을 특히 좋아해 주시는 게 신기하죠. 

 

곡을 쓸 때 좀 특이점이 있다면 제가 연주곡을 쓰지만, 노래하듯이 흥얼거리면서 곡을 써요. 그래서 멜로딕하게 곡이 써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때로는 멜로딕(Melodic)하지 않게 쓰고 싶기도 해요.(웃음) 

   

 

10. 곡을 쓴 건 언제부터세요?

  

버클리 음대 유학 가서 처음으로 곡을 썼어요. 곡을 써가는 수업이 있어서 작곡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긴 했어요. 과제를 위해 만든 곡들은 틀에 끼워맞추는 연습을 한 곡들이라 제 음반에 실리지는 않았고요.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죠. 저는 악상이 떠올라서 작곡 한다기 보다는 혼자서 피아노를 치다가 어떤 단순한 라인들이 시작되면 그걸 계속 발전시키는 식이에요. 그래서 어떤 곡은 한 달이 걸리기도 하고, 어떤 곡은 두 달이 되기도 하고, 8마디를 써놨는데 일 년 뒤에 그걸 발전시켜 만드는 경우도 있고요. 모티프 상태인 것도 있고 완성 되었는데 아직 앨범에 실리지 않은 것도 있고 현재도 계속 곡을 쓰고 있어요.

 

 

11. 유학가서 앨범을 내시고 나서는 꾸준히 앨범이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앨범을 꾸준히 내면서 활동하는 뮤지션이 많지 않잖아요. 

  

첫 앨범이 나오기 전 유학생 때는 ‘언젠가는 음반이 나올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었고요. 1집이 발매되고 나서는 다음 앨범을 발매해야 하니까 계속 목표가 생겼어요. 학생 때는 음악을 공부하면서 곡을 썼고 그게 1, 2집으로 발매된거고요. 그 다음부터는 연주 활동을 하면서 곡을 쓰던 상황이라 좀 버거운 면이 있긴 했죠. 앨범 준비하면서 학교 강의하고 연습 하고 연주하고. 그런 빡빡한 일정에서 테크닉 연습보다도 곡 쓰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어요. 틈틈히 시간내서 곡 작업을 했으니까요.

  

 

 

12. 보통 앨범작업을 들어가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일단은 제가 곡을 쓰고 편곡을 해요. 재즈는 재즈 스탠다드의 기본 폼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대중가요와는 편곡 방식이 달라요. 먼저 헤드를(메인테마) 연주하고, 그 다음 각 연주자가 즉흥연주를 한 후 다시 멜로디를 입히고 마무리하죠. 그래서 편곡에 대한 개념이 대중가요에 비해 아주 크지는 않아요. 일단 곡을 작곡하되 어떤 느낌으로, 어떤 연주자와 할 것 인지 정리되면 그 구성으로 같이 잼(Jam_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연주하여 합주하는 작업)을 해보는 거죠. 연습하면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추가하고요. 이렇게 같이 연주를 해보다가 익숙해진 곡을 앨범에 싣는 거에요. 그래서 하루에 열 곡을 녹음 할 수도 있고, 다섯 곡씩 2일을 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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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발매된 데뷔앨범 [Turning Point]도 그렇고 앨범에서 자작곡의 비중이 큰편이에요.

  

재즈 스탠다드를 공부해도 자연스레 자기 색깔을 갖게 되잖아요. 자기 색깔을 표현하는 면에서 자작곡을 실어야 한다는게 첫 번째 이유였어요. 제가 아무리 흑인 재즈를 공부해도 흑인 재즈의 곡을 쓰게 되지는 않거든요. 때문에 거의 80% 자작곡을 넣고, 2곡 정도 스탠다드 곡을 수록했어요. 2집 [Journey]도 자작곡 위주로 넣었지만, 3집 [Free to Fly]는 라이브에서 주로 앨범에 수록된 자작곡만 연주를 하다보니 스탠다드를 연주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재즈 스탠다드를 80% 정도 넣었어요. 하지만 스탠다드를 제 색깔로 소개해야 된다는 점이 좀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앨범에 대해 반응이 좋아서 감사했죠. 다시 스탠다드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좀 부담스러워요.(웃음) 그리고 4집 [Love Never fails]에서는 3집에서 스탠다드 곡들 위주로 했기 때문에 다시 자작곡 위주로 작업했고요. 

  

  

14. 지금까지 정규 앨범이 4장 발매됐는데요. 각 앨범에 대해 이야기해 보신다면요? 

  

일단 타이틀은 당시 제가 표현하고 상황들이에요. 1집 [Turning Point]는 제 인생에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되는 음반이였기 때문에 1집 타이틀을 터닝 포인트라고 정했어요. 사실 지금은 잘 듣지 않는데 한창 공부하던 시간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풋풋한 기분이 들어요.(웃음) . 

  

2집 [Journey]는 인생을 뒤돌아 봤을 때, 꼭 '여행'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타이틀 곡이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이에요. 그 당시에는 아쉬움과 부족함이 있겠지만 저에게 위로가 되었던 건 이 여행이 끝이 아니고 지속되고 있고,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그런 의미를 앨범에 담고 싶었어요. 

  

3집 [Free to Fly]에서는 우선 제가 연주를 하면서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스스로 연주를 하면서 제 음악을 편안하게 드러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예를 들면 심리적으로 제가 부담스러운 사람이 있으면 연주가 안 된다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연주가 안되고 이런 것들에 상관없이 연주를 하고 싶었어요. 연주가 어떨 때는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만, 그런 기폭을 줄이고 싶은거죠. 어떤 상황이든 제 음악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었어요. 

 

두 번째로는 3집에 ‘Sacrifice‘라는 곡도 있지만 제가 30대 후반이 되면서 인생에서 해야 되는 일들이 있잖아요. 결혼도 그렇고, 그런 점을 생각할 때 ’잘 살고 있는건가’ 같은 고민이 들었어요. 어떤 한 가지를 갖기 위해서는 분명히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해야 되는 거죠. 제게 너무 좋은 것들도 어떻게 보면 문제가 있는 부분일 수 있잖아요. 그런 점들을 수용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아요. 어떤 걸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희생을 한다는 거죠.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음악에 투영된 것 같아요.

  

4집 [Love Never fails]에서는 사실 '러브'라는 단어를 타이틀로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어울리지도 않고.(웃음) 그런데 사실 인생을 보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대부분 ‘All ways fails' 잖아요. 가족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이 있지만 앨범에서 말하는 사랑은 '신의 사랑'이에요. 모든 것이 실패할 수 있지만 '신께서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내면적인 고백이 담겨있는 곡이에요. 4집을 발매할 때 제 심경의 변화와 느낌을 잘 드러내줬기 때문에 타이틀이 된 것 같아요. 저는 연주음악이 좋은게 가사가 있으면 무언가 제한이 있을 수 있는데 연주곡은 사람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들을 수 있고 저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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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재즈와 프로듀서

 

15. 앨범을 공동 프로듀서로 작업 하셨는데 같이 작업하는 연주자와 프로듀서 그런 부분들을 직접 선정을 하시나요?

  

1~3집은 친한 친구인 드러머 퀸시 데이비스(Quincy Davis)와 작업했고, 4집은 사실 친한 연주자는 아니고 다른 분이 연결해주셔서 알게 된 세계적인 드러머 아리 호닉(Ari Hoenig)과 작업했어요. 4집 앨범 녹음 할 때는 전 앨범들에 비해서 편하지는 않았어요. 함께 연주하던 사람들이 아니였고, 세계적인 드러머였기 때문에 긴장도 됐죠.(웃음) 스튜디오에서 드럼을 화려하게 치시는 걸 따라가느라 힘들긴 했지만 많이 배우고 좋은 경험이 됐어요. 확실히 어느 정도 연주가 되고 나면 자신보다 더 좋은 연주자들과 한번이라도 더 연주하는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프로필이나 앨범 프로모션을 할 때, 세계적인 드러머인 아리 호닉((Ari Hoenig)과 작업을 했다는 것이 좋은 홍보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이 기회에 훌륭한 연주자와 한 번 더 연주해보고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인거죠.

   

- 1~3집은 세계적인 뮤지션인 퀸시 데이비스와 공동 프로듀서를 하셨고 4집에선 단독으로 진행하셨는데요.  

  

1~3집을 공동 프로듀서로 한 이유는 음악의 편곡적인 부분, 스튜디오 섭외, 곡 순서 등 전체적으로 진행을 많이 도와줬기 때문이에요. 미국에 있을 때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앨범작업 때 옆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4집에서 함께 한 아리 호닉은 친구가 아니니까 제가 모든 부분을 맡아서 진행해야 했고요. 

사실 제가 앨범을 녹음하고, 또 다시 앨범을 듣고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힘들어요. 누군가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봐줘야 하는거죠. 그래서 프로듀서의 역할이 큰 것 같아요.

  

- 재즈 쪽에서는 독립된 프로듀서가 많이 있나요?

  

국내에서는 많지 않은데 미국은 무조건 있어요. 키스 쟈렛(Keith jarrett), 브레드 멜다우(Brad Mehlaau)도 있고요. 사실 재정적인 이유가 크죠. 프로듀서를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이 국내에는 없는 이유도 있지만요. 제가 트리오로 계속 앨범을 내는 이유도  비슷해요. 트리오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재정적인 이유도 있어요. 이게 재즈의 현실이랍니다.(웃음)

  

- 경비와 효율성면에서 보면 멤버의 숫자가 적은 것이 유리할 것 같긴해요. 하지만 트리오 같이 단촐한 구성에서 피아니스트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죠.(웃음) 다음 앨범엔 편성을 바꿔보려 했는데 트리오로 밀고 나갈까요?

 

 

 

#06. 4집 앨범 [Love Never Fails] 집중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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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주 4집 [Love Never Fails] /2009-05-07

2010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수상

 

 

17. 4집 앨범을 녹음하러 뉴욕으로 가기 직전 재즈클럽 에반스에서 라이브를 보았는데요. 워낙 라이브가 강렬하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생전 처음 듣는 곡인데 곡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 멘트를 상기해 보면 앨범에 수록될 곡들을 연주자들과 한 번씩만 맞춰 본 상태라고 하셨는데요. 그 날 공연이 지금까지 봤던 재즈 공연 중 최고였거든요. 어떻게 그런 인터플레이와 연주가 가능했나요?

  

감사해요.(웃음) 제가 백번을 연주해도 백번이 똑같지 않은데, 그날 에반스에서의 공연은 저희 입장에서도 손에 꼽는 연주였어요. 연주하면서 연주자들도 굉장히 행복했던 공연이었거든요. 제가 새롭게 쓴 곡들을 한 번 리허설 하고 공연을 한 것이였는데, 그렇게 좋은 연주가 되는 걸 보면 재즈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요.(웃음) 

  

- 그날의 트리오 멤버가 베이스 이순용, 드럼 오종대 씨 였는데 아무래도 평소 자주 연주를 같이 하신만큼 팀웍이 좋았던 것 같네요. 신곡이라 연주자 스스로에게 신선한 상황이기도 했던 것 같고요. 반면에 앨범 녹음은 항상 뉴욕에서 외국 연주자들과 하시는데요.

  

제가 한국에서 살고 있으니까 외국 연주자들과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앨범 녹음을 할 때만이라도 외국에 나가서 도전해보고 싶은 거죠. 재즈 음악의 본고장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분들에게 많이 자극을 받고 배우게 되거든요. 그 한 번이 저에게 엄청난 경험이 되기 때문에 계속 시도하는 거에요.

  

- 외국에 나가서 작업할 때는 리허설 같은 부분이 현실적으로는 여유가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한 두 번 정도 서로 맞춰보고 바로 스튜디오 가서 녹음을 하는 식이에요.

 

-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좀 더 여유있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도 가능한가요? 

  

네 확실히 비용적인 면 때문에 그렇게 작업하는 것도 있어요. 하루에 한 두곡만 녹음 하고 쉬고, 그 다음에 녹음할 수도 있지만 재즈라는 음악 자체가 대중가요처럼 여유 있게 돈을 쓰면서 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에요. 앨범 판매량도 그렇고 재즈 시장자체가 작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녹음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뉴욕에 있는 현지의 유명 연주자들도 그렇게 단시간에 녹음하거든요. 제가 봤을 때는 재즈라는 음악 자체가 고치고 짜집기 해서 이끌어내는 음악이 아니라 타이밍, 그때의 그 느낌을 살리는 음악이기 때문에 역량만 된다면 연주자들이 서로 모여서 단번에 녹음하는 게 재즈적인 방법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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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작업하신 4집 앨범 [Love Never Fails]이지만 수록곡 중 ‘겨울바다’는 국내 연주자들과 연주한 것이 더 좋더라고요

  

저도 ‘겨울바다’는 아쉬운 점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저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끌어내야하는데 다른 재즈 뮤지션들의 해석을 존중하는 면이 있었고, 서로 소통을 충분히 한 상황이 아니였기 때문에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겨울바다’ 같은 곡은 스윙(Swing)적인 재즈가 아닌 서정적인 발라드잖아요. 정서적으로도 그런 곡에 대해 국내 연주자들과는 연주가 더 편안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4집 [Love Never Fails] 나 다른 음반에서 같이 연주했던 외국 연주자들은 정말 훌륭한 연주자들이고 앨범 전체적으로는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쉬움은 있지만 저도 많은 걸 배웠거든요.   

 

 

19. 4집 앨범을 보면 ‘Love never fails'는 처음에는 무난한 발라드로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이 곡이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지더군요. 뭔가 영적인 치유를 받는 느낌이랄까요. 이 곡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닌데 다른 재즈곡처럼 쓰진 않았어요. 노래 곡처럼 만들어서 가사를 붙이고 싶었어요. 영어 성경을 보다가 'Love never fails'라는 구절이 너무 '쾅'하고 맘에 다가와서 형광펜으로 그어놨었고 그 성경 챕터를 갖고 가사를 쓰고 싶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웃음) 마음처럼 표현이 안 되서 제목만 그렇게 짓고 발라드로 녹음해 본 거죠.

  

성경에서 그 구절을 봤을 때 크게 와 닿았을 것 같아요. 그런 심경이 고스란히 곡에 투영이 된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20. 처음 송영주 씨의 라이브를 봤을 때 4집 수록곡 ‘겨울바다’를 듣고 사실 눈물을 떨궜어요. 너무나 아름다운 곡인데요. 제가 들은 바로는 ‘겨울바다’ 앨범 수록 여부를 고민을 했다고 들었는데 이 곡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고, 왜 고민을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이건 제가 이별하고 나서 그 슬픔을 담아 작곡한 곡이에요.(웃음) 보통은 곡에 사연이 있지 않은데 이 곡은 특별한 곡이죠. 어떤 이유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제주도의 겨울바다를 보러 갔다가 그 느낌을 음악으로 담게 됐어요. 곡 자체가 정통 재즈가 아니라서 앨범에 실어도 될지 고민을 했어요. 사실 라이브 때도 이 곡을 자주 연주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앨범의 보너스 곡처럼 마지막 10번 트랙에 수록한 건데 가끔 저도 연주할 때 새롭게 연주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았던 곡이에요. 

  

 

- ‘겨울바다’를 들으면서 너무 아름다운 곡이었지만 그만큼 마음 아팠는데요. 반짝거리는 수많은 감정들이 느껴졌습니다. 송영주 씨를 처음 본 공연에서 이 곡을 들으면서 영감을 받아 짧은 글을 쓰기도 했는데요. 이런 감정의 공유가 너무 신기하네요. 

  

네. 보내주신 글 잘 받았어요. 가사가 있는 곡도 아닌데 제가 느낀 걸 김기자 님이 들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비슷하게 느끼셨는지 저도 그게 신기해요.(웃음) 너무 아름다우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제주도의 겨울 바다가 뿌옇게 흐린 날, 하늘이 어디고 바다가 어딘지 모르는 해가 지는 풍경을 한참동안 바라봤어요. 다크한 느낌이었지만 잊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답니다. 제 마음이 그 느낌이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몇마디 안되는 느리지만 짧은 곡인데 그렇게 각별하게 들어주셨다니 감사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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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월 7일 에반스에서 있었던 '송영주 트리오' 공연 모습

 

 

#05. 재즈에 대한 몇가지 궁금증 2 

 

 

 

21. 어떤 면에서 좀 더 대중적인 스타일을 재즈 연주자들이 피하는 경우도 있나요?

  

- 제가 ‘겨울바다‘의 수록을 고민한 것과 연관된 질문인 것 같은데요. 이 곡은 좀 뉴 에이지(New age) 적이고 팝(Pop)인 성향이 강한 전통적인 재즈곡과는 색깔이 다른 곡이에요. 일부로 피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제가 좋아하기 때문에 작곡한 것이고요. 제가 수록을 고민한 건 스스로 '재즈 뮤지션은 조금 더 어려운 코드를 써야 될 것 같은' 압박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남들이 강요하는 건 아닌데 제 스스로 더 어렵게 만들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생각해보니 결국 제가 감동받고 힘들 때 듣는 음악은 어렵게 해석한 재즈가 아니더라고요. 제가 마음으로 어떤 것들을 느낀 좋은 음악들을 굳이 재즈 아티스트라는 이유로 흘려보내지 않았듯이 저는 ’이건 재즈고, 이건 재즈가 아니다‘라고 정의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고민은 될 수 있겠지만 제 음반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제가 쓴 곡들을 공유하고 싶어요.

  

- 사실은 그런 고민을 한다는 자체가 행복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뮤지션이 음악적 완성도와 대중적 코드를 함께 갖고 간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에요. 비틀즈의 음악은 왠만한 사람이 들어도 좋지만 그런 음악을 만들기는 쉽지 않죠. 보편성과 음악성을 적절하게 섞는게 굉장히 힘든 일인것 같아요. 

  

맞아요.(웃음) 제가 대중적인 곡을 쓴다고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들린다는 보장은 없는 거죠. 

 

 

22. '재즈'라고 하면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연주자의 음악이 된지 오래인 재즈를 대중들에게 소개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지금의 재즈가 예술적이고, 매니아층의 음악이고, 대중적일 수 없는 음악이라고 하지만 사실 20, 30년대 스윙의 시대에서는 재즈가 가장 대중적인 음악이었잖아요. 그런 점에서는 저는 재즈가 대중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재즈는 ‘물’과 같은 느낌이에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물은 어디든 스며들 수 있고 섞일 수 있는 존재잖아요. 재즈가 굳이 대중적이지 않을 이유도 없는 것 같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대중적이고 싶지만 그게 안되서 문제죠.(웃음) 

 

 

23. 현재 재즈신을 보면 재즈 신세대들도 등장하고 있고 여러가지 변화들의 조짐들이 보이는데요. 

  

사실 위압감이 들 정도죠. 시기별로 보면 1세대 재즈 뮤지션분들이 계시고, 초창기에 유학 갔다오신 김광민 선생님, 정원영 선생님 같은 2세대, 그 후 유학을 갔다와서 활동하는 3세대가 있잖아요. 저도 그 세대에 속하고요. 그 다음 세대는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는데도 뛰어난 감각을 가진 젊은 뮤지션들이죠. 지금 유학을 막 다녀와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훌륭한 분들이 많아서 자극이 되요. 앞으로도 다양한 재즈 뮤지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뮤지션들이 많지 않아서 몇 안되는 뮤지션들이 여기 저기 겹쳐서 활동하지만 정해진 팀원으로 자신만의 색이 있는 팀들이 많아져야 재즈씬이 발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이 많이 생길거라고 봐요.

  

-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끼세요? 

  

해외로 나가지 않고는 못 들었던 음악들을 지금은 영상이나 음반으로 다양하게 접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유학파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좋은 감각들을 흡수해서 더욱 빨리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일본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즈 뮤지션이 많은데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도 시간이 지나면 일본처럼 좋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24. 실용음악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계시지만 실용음악과가 늘면서 '음악교육'에 대한 폐단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재즈라는 음악 자체가 시작부터 클래식이나 다른 음악에 비해 교육으로 되는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에게 처음 재즈를 가르쳐주고 안내자 역활을 해준 것이 학교기 때문에 굉장히 고맙거든요.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에 실용 음악과가 많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재즈를 알릴 수 있는 장소가 생기는건 좋다고 봐요. 하지만 어떤 면으로는 학교가 모든 걸 다 해결해주는 그런 생각은 위험한 것 같아요. 입시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학생들이 학교와 유학에 목숨 거는 것을 보면서 사실은 본질적으로 음악을 좋아해서 찾아 듣는 행동들이 너무 약해지는게 아닌가 싶거든요. 환경적으로는 점점 아카데믹해지는 것 같지만 이러한 변화가 학생들의 근본적인 음악에 대해 사랑과 열정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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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좋은 음악에 대하여

 

 

25. 문득 어떤 음악을 좋게 느끼는 것은 '이제껏 얼만큼의 음악을 들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일반인들이 3~5라면 매니아들이 7, 평론가가 9, 연주자가 많은 음악을 들었을 경우 9~10 정도라고 가정해 보면 각자의 기준에서 좋게 느껴지는 음악이 다를텐데 '좋은 음악'이라는 것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음악을 어느 정도 들었느냐에 따라 상대적인 개념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신선한 얘기네요. 어쩌면 뮤지션들이 결국 자기들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9, 10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대중 가요나 아이돌 음악, 단순하지만 자극적인 음악들을 무조건 손가락질 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만 어렵고 고귀한 음악이고, 좋은 음악이라고 말 할 수 만은 없는게 모든 음악이 갖고 있는 고유의 힘과 색깔이 있고 각자 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걸 우린 더 수준높은 음악, 숫자로 말할 수 있는 차원의 음악은 아닌 것 같고요. 

 

어떤 면에선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있어요. 예술적인 음악을 하면서 대중 신경 안 쓰고 이걸 발전시키겠다는 주관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내가 음악을 하지만 혼자 즐거운 것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욕구가 있죠. 사람들의 주목이 필요하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찾길 바라고요. 그게 아니라면 무대에서 연주하는 의미가 없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음악이 어떤 종류든 공유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밸런스를 잘 맞춰서 대중적인 소통을 계속 연구하고 고민해야 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더 좋은 연주자가 되고 싶은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제 음악을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좋겠다‘라는 작은 바람이 있고요. 큰 바람인가요?(웃음)

 

 

26. 송영주 씨의 음악은 깊이가 있으면서도 아름답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남다른 감동을 주고 그런 면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어렵게 꼬고, 테크닉 적으로 음악을 푸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그럴 실력도 없지만 밸런스를 잘 맞추고 싶어요. 음악적 깊이감을 갖고 있으면서 아름다움을 함께 담고 싶어요. 

 

 

- 송영주 씨의 음악에 대해 여러가지 찬사가 있습니다만 아름다우면서도 견고하고 우아한 느낌이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결정적이었던 것은 듣다보면 '치유받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음악에서 무언가 '영적인 기운'이 느껴지는데요.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사실은 제가 종교적인 내용을 조심스러워 하거든요. 제 프로필에서 CCM관련 내용을 빼야 된다고 이야기 한 적도 있어요. 왜냐하면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이 제 음악에 혹시라도 거부감을 갖게 되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제 신앙적인 부분이 음악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사실 유학가 있을 때도 제가 연주를 하면 영적이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어요. 한국에서도 연주를 듣고 은혜롭다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었고요. 

 

사실 사람은 모두 다 영적인 존재에요. 그것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도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것 같긴 해요. 제가 아무리 영적인 음악을 해도 그것을 못 느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저는 키스 쟈렛의 솔로 음반을 듣고 영적이라 느끼지만 다른 사람들은 못 느낄 수 있죠. 

 

제 음악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적으로 느껴진다면 그건 정말 가장 멋진 찬사가 아닌가 싶어요. 그것은 1차적인 감동과는 다른 거죠. 더 깊이 잔잔하게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것이 발전되면 치유가 될 수도 있고, 그 안에서 깨달은 감동으로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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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재충전의 시간, 뉴욕  

  

 

28. 국내에서 세션으로 7년간 활동하시고 미국으로 7년간 유학,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7년 동안 활동하다 최근에뉴욕으로 떠나셨어요. 이 또한 쉽지 않았을 텐데 다시 한계를 느끼신건가요?

  

한계는 항상 느끼죠.(웃음) 한국에 돌아와서 7년 동안 연주자로써 여러가지 활동과 강연을 하면서 음악적으로 깊게 생각하는 시간들이 거의 없어졌어요. 제 시간들이 너무 일로 짜여져 있는 거죠. 그래서 이런 것들을 내려놓고 훌쩍 떠나버리지 않으면 일이 더 생길 것 같더라고요. 40대를 코앞에 둔 입장에서 더 달려 나가기 위해선 재충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상 유학을 가니 7년 전 유학시절과는 또 다르더라고요. 그 때는 20대 중반에 나가서 30대 초반까지 공부를 했는데, 지금은 30대 후반이니까 체력도 예전같지는 않고요.(웃음) 어떻게 보면 열정도 다를 수 있어요. 이전에는 막무가내로 음악에 미쳐서 살았다면 지금은 멀리서 바라보는 여유도 생겼고, 7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예전과는 다르게 넓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이론들을 배우는건 아니지만 음악적으로 재충전 하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에요. 

  

 

-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가면 일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음악적으로 진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 또한 진정성이 있지 않다면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놓지 않고 갖고 계신다는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실제로 보시면 알겠지만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웃음) 좀 허술해요. 

 

 

27. 송영주 씨의 음악의 시작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뜻으로도 해석을 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걸로 대답을 해보신다면요.

  

전 음악의 시작을 음악을 하는 목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어요. 앞서 음악을 해왔던 과정을 이야기 했지만 제가 자격이 있거나, 실력이 있어서, 환경이 뒷받침이 되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기 때문에 그야말로 음악은 제게 '선물'이거든요. 제게 선물 같은 이 음악의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나 따듯함, 또는 음악적인 좋은 자극이 되어 사람들에게도 선물이 되길 바랍니다. 이것이 제 음악의 시작이자 목적이에요.

 

 

- 뉴욕에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지에서 수십년을 갈고 닦으며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 뉴욕에 잠깐 나가 있는 동안 대단한 활동을 하긴 쉽지 않아요. 모든 것들을 희생하고 갈고 닦겠다는 의지 없이는 그런 활동을 할 순 없어요. 그래서 저는 좋은 공연을 보고, 좋은 연주자들과 연주하는 기회를 갖는게 목표에요. 좋은 자극을 받으면서 최대한 많이 고민해서 5집 음반을 녹음해 내년 여름에 돌아오는게 제 계획입니다. 

사실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아티스트 비자를 받고 계속 활동하며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 계획이였는데 사람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이것도 하나의 큰 계획 속에 있는 감사한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 7, 8월에 들어와서 활동할 것 같고요. 또 하나의 계획은 멋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웃음) 뉴욕에서 못 만난다면 한국에 들어와서라도 만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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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송영주의 일상

 

29. 이야기를 듣다보니 생활이 굉장히 반듯하신(?) 것 같은데요. 술도 안하시는 걸로 아는데 대인관계나 인간관계에서는 어떠세요?

 

제가 인간관계가 좁은 것 같아요.(웃음) 저는 술 대신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정도인데, 사실 술 한 잔 하면 돈독해지는게 있잖아요. 뒤풀이 같은 걸 잘 안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정도 활동을 하고 있는 게 너무 감사하죠. 그리고 이제는 나이도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안한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고, 남자면 그렇게 못할지도 모르겠는데 여자이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상황을 봤을 때 안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아요.(웃음) 

 

 

30. 평소에는 어떤 음악을 들으세요?

  

평상시에도 재즈 음악을 많이 들어요.(웃음) 재즈를 많이 듣고, 팝도 들어요. 팝도 존 메이어(John Mayer_ 미국의 록 가수)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_ 미국의 팝가수)의 음악이 좋다고 하면 음반 사서 듣기도 하는데 결국 주로 듣는 음악은 재즈더라고요. 브레드 멜다우(Brad Mehlaau)도 듣고 최근에는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 (Maria Schneider Orchestra)의 음악에 빠져 있어요. 2007년에 발매된 마리아 슈나이더의 [Sky Blue] 음반을 듣고 뉴욕에서 조그마한 클럽에서 빅밴드로 연주하는 라이브를 봤는데 정말 멋있더라고요. 음악을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서 아름답게 편곡했는지. 빅밴드라는 사운드 자체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느꼈어요.

  

 

- 저도 [Sky Blue] 앨범을 듣고 놀랬어요. 음악을 들으면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날라가는 모습이 머리속에 펼쳐지는데, 음악이 곧 자연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네. 음악이 재즈의 느낌이 있지만 너무 다양해요. 오케스트라의 구성원들이 쟁쟁한 교수들과 유명한 뮤지션들인데 이 분의 손끝을 따라 움직이는 거죠. 깡마른 체구에 40대 후반의 여성이신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31. 음악 이외의 취미가 있으신지요? 

  

저는 요가하고 운동 하는걸 좋아하고, 춤추는 것도 좋아해요. 잘 추는지 못 추는지는 몰라요.(웃음) 저는 몸으로 뭔가 하는 걸 동경해서 다시 태어나면 춤추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이외에는 쇼핑도 하고, 친구들 만나서 좋은 카페 가는 정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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