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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겨울밤, 이장혁으로 물들다 _ 이장혁 앨범발매기념 단독콘서트 연말이 되면 참 분주해진다. 한 해 동안...

Posted in 공연  /  by 김기자  /  on Apr 07, 2011 11:31

쌀쌀한 겨울밤, 이장혁으로 물들다

_ 이장혁 앨범발매기념 단독콘서트 

 

   연말이 되면 참 분주해진다. 한 해 동안 고마웠던 사람들, 마음은 있었지만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들, 소원한 관계의 사람들에게 제스처를 보내 그간에 밀린 이야기들을 이어나간다. 그 만남의 행간엔 따스함을 향한 욕구가 걸려있다. 사람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온기와 사람과 사람이 맞닿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한 해를 돌아볼 때 찾아오는 약간의 공허함을 채우고 다가오는 새 해를 단단히 맞이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겨울이 깊어가는 쌀쌀한 바람 속에 찾게 되는 것은 따뜻한 유자차 한 잔과 ‘사람’목소리가 울리는 포크 사운드. 아무밴드 출신의 이장혁에서 ‘스무살’의 이장혁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또다른 임팩트를 준 지 4년, 26일 V-HALL에서 그의 2집 발매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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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혁 2집 앨범 vol.2

 

  4년만의 새 앨범이지만 그의 골수팬이라면 낯선 곡들은 아니다. 1집 발매 이후 곡 작업이 계속 이루어져왔고 꾸준히 클럽 공연을 통해 선보였기 때문에 일종의 정리작업 같은 음반이다. 아무밴드에서 작곡, 보컬, 기타를 담당했던 이장혁은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매니아들을 형성하고 2000년 해체 이후 빵 컴필레이션 등 활동을 하기 시작하다 2004년 솔로 1집앨범을 내고 송라이팅, 그의 내면의 절박함과 일상을 표현한 가사, 진솔한 목소리의 만남을 통해 ‘감동’을 만들어내며 한국 포크음악의 역사를 잇는다 평가를 받았다. 그런 그가 단독공연을 통해 완성된 음반을 가지고 대중 앞에 선 공식적인 외출이라는 점, 일관된 느낌의 게스트라인을 봤을 때 이번 공연은 단순한 신곡소개 쇼케이스가 아닌, ‘포크의 밤’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

 

  자리가 정리되고, 영상이 흘렀다. 지난 공연모습과 녹음실, 길거리에서의 편안한, 열중하는, 웃는 이장혁의 모습들로 채워진 다큐였다.

 

초호화 게스트 _ 포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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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을 즐기기에 적당한 온도, 조태준과

힘 있는 사운드와 가슴이 찌릿한 가사, 하이미스터메모리

 

  이날 초대된 게스트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스미는 가사와 진솔한 목소리를 지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7시가 조금 넘어 오프닝 게스트로 하찌와 TJ의 'TJ' 조태준이 무대에 올랐다. 하찌는 새해를 가족과 보내기 위해 잠시 일본에 가 있단다. 추위로 어색함이 덜 풀린 공연장 공기를 청량하게 가르는 첫곡 ‘보라색 밤과 작은 별’이 시작되었다. 내밀한 기타연주에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지는 듯한 색깔의 사운드는 분명 겨울의 것이 아니었음에도 위화감 없이 신비롭게 공연장을 감쌌다. 이어 사투리와 곡 진행이 재미있는 ‘꼭 디봐야 뜨거븐 거 아나’(꼭 데어봐야 뜨거운 것을 아는 게 아냐)가 흐르는 동안 어디선가 작게 킥킥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조태준이 “너무 경청하시는데 웃기시면 웃으셔도 됩니다”라는 경상도 사투리가 베어있는 멘트를 던지고 나서야 관객석엔 큰 웃음이 터졌다.

 

  다음으로 하이미스터메모리가 무대에 올랐다.  하이미스터메모리의 음악은 박기혁의 솔로프로젝트로 기타, 베이스, 드럼과 함께 강하고 힘찬 사운드를 만들어내지만 포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따뜻하게 느껴진다. 진정한 위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Fat boy의 후렴구 "You're not alone"가 반복되며 가슴에 울렸고, 기억을 테마로 연결되는 ‘장마’, ‘숙취’가 이어졌다. 특히 ‘숙취’는 잔잔하게 시작하다 절정에서 터지는 보컬과 기타의 스트로킹, 저릿한 가사가 어우러져 스탠딩 공연 같은 흥분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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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별 볼일 없어! 홈런을 날린 듯한 쾌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긍정적 다짐대신 ‘인생의 주인공은 네가 아냐’, ‘어차피 안돼’ 등 한번쯤은 작게 중얼거려봤을, 시중 자기계발서적에서는 절대하지 말라는 자조적 한숨과 솔직함은 달빛요정만루홈런 가사만의 매력이다. 원맨밴드이지만 이날은 드럼, 기타, 베이스 모두 갖추고 얼마 전에 발매된 3집 수록곡 ‘굿바이 알루미늄’를 부르며 공연의 문을 열었다. 연이어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 그를 알린 곡 ‘스끼다시 내 인생’이 시작되자 관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장혁의 공연임을 의식, 이장혁의 ‘스무살’에 영감을 받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스무살의 나에게’ ‘고기반찬이 좋아’까지 처음 듣는 사람들도 바로 가사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단어 하나 하나의 힘 있고 명확한 가사전달이 단순하고 명쾌한 멜로디와 연주에 실려 거침없이 가슴에 와 닿았다. 거기에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말을 아끼고” 있다는 그의 입에선 쉴새없이 재밌는 멘트가 나오며 음악으로 형성된 공감대를 한층 끌어올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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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곡을 어쿠스틱버젼으로 보여준 국카스텐 

 

  마지막 게스트로 국카스텐이 등장하자 비교적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던 관객 한편에서 몇몇 팬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국카스텐은 2008 쌈지페스티벌 숨은 고수로, 올해 6월 2008 헬로루키 of the year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활발한 활동을 통해 음악, 연주력, 퍼포먼스 등을 인정받고 있다. 어쿠스틱인 만큼 “분위기 있는 목소리로” 이어가겠다고 운을 뗀 보컬 하현우.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렬한 에너지로 토해내고 토해낸 것을 얼굴에 묻히는’ 느낌의 강렬한 록 음악을 추구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어쿠스틱 공연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 날은 공연 전체흐름에 맞춰 기존 곡들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을 해서 선보였다. 묵직한 베이스 인트로로 시작한 ‘거울’부터 유랑극의 알록달록함과 뽕끼가 극으로 달하며 빨려들 것 같은 ‘싱크홀’, 마지막 가사가 인상적인 ‘꼬리’까지 크게 흠잡을 데 없는 편곡으로 새로운 사운드를 보여줬다. 곧 발매될 첫 번째 정규앨범에 더해 또 다른 어쿠스틱공연, ep형태의 앨범에의 기대를 갖게 했다.

 

반갑습니다 이장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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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이장혁

 

  9시가 넘어 드디어 기다림의 목마름만큼 큰 환호성 속에 구슬프게 울리는 하모니카로 시작되는 1집 첫트랙 ‘누수’로 본 공연의 막이 올랐다. 밴드체제에 국가스텐과 함께 헬로루키에 선정되었던 나비의 코러스가 함께 어우러져 풍성하면서도 여전히 고독한 사운드가 뿜어져 나왔다. ‘이런 날 안아 줄 수 있는 지’의 울림이 잔잔히 남아있을때, “반갑습니다 이장혁입니다”라고 입을 연 이장혁은 조금 상기되고 긴장된 모습이었다. 어떤 홍보없이 입소문만으로 판매가 이루어졌던 1집에의 성원에 감사의 인사를 한 뒤 2집에서 유일하게 락킹한 곡 ‘그날’이 이어졌다. 기타의 화려한 연주와 쓸쓸함의 갈증을 내던지는 그의 목소리에 관객석은 숨을 죽이며 녹아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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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스미는 진솔한 목소리와 가사의 울림 

  

  "확실히 나이가 드니 편안한게 좋아요" 라며 2집은 1집보다 덜 강하고 잔잔한 곡들로 엮여 있다며, 앞으로 연주될 곡들의 느낌을 전했다. 그 잔잔한 곡의 첫 번째로 나비의 멜로디언 연주가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시작하는 ‘오늘밤은’은 낮게 깔리는 기타사운드가 우울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다큐영상 뒤에 메인으로 흘렀던 곡이었다. ‘오늘밤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아/오늘밤은 그대도 만나고 싶지 않아’라며 먹먹하게 읊조리는 그의 이야기에 아무도 없는 방 안, 멍한 초점의 눈동자로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누군가가 그려졌다. 산울림의 청춘을 듣고 만들리라 다짐했던, 그러나 청춘이 한참 지나서야 만들게 됐다고 밝힌 곡 ‘청춘’ 역시 공감할 만한 정서를 잘 살려냈다.

 

  이어 익숙한 곡들이 이어졌다. 곡이 어려워 만들고 나서 녹음은 물론 공연 준비할 때도 고생했다는 '얼음강'은 깨질 것 같이 차가운 트라이앵글 소리를 시작으로 실로폰, 멜로디언이 합쳐지며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사람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후반 기타와 베이스의 조합이 잘 맞았던 ‘스무살’까지 깔끔하고 진솔한 노래들로 무대는 일말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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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진 합주를 들려준 이장혁과 밴드 

   

고마운 밤, 고마운 만남

 

  달아있던 관객들의 마지막을 지핀 것은 앵콜로 이루어진 아무밴드 시절의 ‘사막의 왕’과 설마했던,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던 장장 15분의 장편 ‘칼’이었다. 모든 세션이 내려간 자리, 홀로 어쿠스틱 기타에 몸을 맡긴 채 조용함과 거칠함을 넘나들며 우울함과 쓸쓸함을 담아내는 이장혁. 별 멘트 없이 다음곡으로 이어가던 그가 공연 시작부터 끝날 때 까지 내내 했던말이 있다. 바로 ‘감사합니다’. 그의 앨범을 성원해준 팬들과 공연을 듣고 있는 관객들, 가까스로 쇼케이스에 맞춰 앨범발매가 이뤄질 수있도록 채찍질(?)을 아끼지 않았던 프로모션사장님, 멋진 공연을 만들어준 게스트들, 다큐영상을 제작해준 이들에게 그는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 앨범은 2년마다, ep는 1년마다 내겠다고 하니 그의 열정을 지켜보자. 따뜻한 노래로 쌀쌀한 겨울밤을 물들였던 이장혁. 내년에는 클럽에서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다니 그에게 감사함을 전할 법한 밤이다.  

 

2008.12.26

글 / 신주미

사진 / 조은, 김현희

에디터 / 김민우, 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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